일상

나의 고향, 남해.

HALLOB 2013. 2. 5. 12:55

 

 

 

며칠 전에, 엄마와 함께 마을 목욕탕에 갔다왔다.

가는 중에 마주친 아는 어르신, 목욕탕에 가서 만난 고향친구. 아는 이모님들.

마주치는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정겹고 반가웠다.

 

내가 기억하는대로 그 자리에 그 건물이 있고,

내가 추억하는대로 그 곳에 그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 남해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도, 사람도 더러 바뀌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은 남아있다.

 

목욕탕에 가서 뜨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한 이모님과 얘기를 하던 중에

그 이모님이 때밀이 아줌마에게 하는 말이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모, 나 때밀어 줄래?"

 

나이와는 상관없이, '아줌마'같은 호칭이 아닌, 조금 더 정다운 '이모'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달라.'는 명령의 말이 아닌, '~줄래?'라는 부탁의 말.

지금 해줄 수 있는 여건이 되느냐,는 뜻도 내포한 정이 담긴 말.

글로는 전달이 잘 안될지는 몰라도, 그 상황과 말한 이모의 표정과 몸짓이 그러하였다.

 

문득 남해의 일명 3D업종이라 불리는 힘든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떠올랐다.

내가 자라면서 보고, 느낀 것은, 남해 사람들은 그 사람의 직업과 하는 일로 귀천을 두거나,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본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세이자, 마음가짐이라고는 하나,

요즘 세상에서는 드문 모습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 사람이 공장의 인부던, 목욕탕의 때밀이던, 술집의 아가씨던, 가스집의 알바생이던,

남해 사람들은 다른사람과 똑같이 대하고, 똑같이 정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가게를 가던, 어느 목욕탕을 가던, 어디를 가던,

사람을 박하게 대하거나, 냉랭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

다 같은 마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존중하기에

다소 도시에서는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도 우리를 존중해주고, 정을 준다.

 

도시와 비교한 남해의 정에 대해서 쓰다보니, 

'그런 사람들'이라고 궂이 나눠서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 자체도 죄송스럽고, 민망하다.

 

요지는 그렇다.

우리 옛적 마을공동체가 그러했듯이, 대부분 사람들이 비슷한 가정형편에, 비슷한 풍경을 보며,

비슷한 사람들과 자라온 곳. 어느집에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서로서로 정을 나누는  곳.

사람에 귀천없고, 직업에 귀천이 없이 살아가는 곳.

 

그곳이 내 고향 남해이다.

 

나는 이곳에서 앞으로도 평생 살고싶다.

그리고 눈에 띄지않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더 살기 편하고, 행복한 곳으로 만들고싶다.

그게 나의 꿈이다.